세계 최초로 도시 규모로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범 사업을 2024년 시작한 덴마크 2대 도시 오르후스(Aarhus)가 1년 만에 일회용 커피컵 75만 잔을 아끼는 성과를 거뒀다. 하루에 일회용 커피컵 2천500잔을 줄인 셈이다. 오르후스 지방정부(Aarhus Kommune)가 1월13일 발표한 소식이다.

오르후스시는 노르웨이 다회용기 제조업체 톰라(TOMRA)와 협업해 다회용 테이크아웃 컵 보증금 자동 환급 제도를 2024년 1월17일 실시했다. 도시 단위로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실시한 것은 오르후스시가 세계 최초다. ‘리유저블’(Resuable)이라 이름 붙인 3개년 시범 사업이 1년차에 벌써 괄목할 만 한 성과를 거뒀다. 덴마크 정부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Oslo) 시도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다회용컵 보증금 1100원과 자동반납기로 1년 만에 회수율 87% 기록

다회용컵 보증금 환급 제도는 이렇게 돌아간다. 소비자는 리유저블 제휴 매장에서 커피나 맥주 등 음료를 받을 때 일회용 컵과 다회용기 중 어디에 음료를 받을지 선택한다. 다회용 컵을 택하면 음료값에 보증금 5크로네(1100원)를 얹어 지불한다. 음료를 모두 즐긴 뒤에는 오르후스 도심 25개소에 설치한 자동반납기에 다회용컵을 반납하고, 자판기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혹은 스마트폰을 대면 보증금을 연결된 은행 계좌로 고스란히 환급받는다.

다회용컵 보증금 환급 제도는 빠르게 확산됐다. 오르후스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 중 9명이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알고, 39%는 한 번 이상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활용해 봤다고 답했다. 경험자 중 84%가 만족 혹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긍정적 평가를 남겼다.

시범 사업 실시 첫 1년 간 다회용 컵 75만 개가 반납됐다. 일회용 컵을 쓰레기통 7500개를 가득 채울 만큼 줄인 셈이다. 덴마크 전역에서 매년 사용하는 일회용기는 3억 개에 달한다. 오르후스 시 당국이 매년 쓰레기통과 거리에서 수거하는 쓰레기 중 거의 반이 일회용기였다. 이에 비하자면 미미한 성과로 보일 수 있으나, 다회용기 보증금 환급 체계를 만들면 시민의 친환경 행동 양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효과성은 확실히 검증했다.

오르후스가 시범 사업 첫 해부터 성과를 내자 같은 제도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우선 덴마크 정부는 다회용기 보증금 환급 제도를 덴마크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회용기 보증금 자동 환급 제도를 고도화하고 표준 솔루션을 마련해 전국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방자치단체, 기업, 식당 등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전국 단위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올해 예산 중 1500만 크로네(32억5200만 원)를 할당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도 같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다.

니콜라이 방(Nicolaj Bang) 오르후스시 기술환경국장은 오르후스 시민과 관내 사업주가 기꺼이 친환경 시범 사업에 앞장 서 줘 기쁘다고 말했다.

"상당히 많은 오르후스 시민과 사업주가 일회용 포장재 문제에 새로운 솔루션을 테스트하는데 기꺼이 앞장 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시는 정규화된 다회용기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국내외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 경험이 다회용 포장재 전국 파트너십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재활용 용기 수거 93% 덴마크도 일회용 컵은 난제

덴마크는 이미 재활용 부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일명 ‘판트’(pant)로 부르는 빈병 보증금 제도(Dansk Retursystem) 덕분에 캔과 플라스틱, 유리병 등 음료 용기 수거율이 93%에 달한다. 수거한 용기 97%는 재활용한다.

하지만 커피나 맥주 등 음료를 담아갈 때 주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제대로 재활용이 안 된다. 영국 해양환경보호단체 오세아나(OCEANA)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지원 받아 2021년 발간한 ‘좋은 커피 나쁜 컵'(Good Coffee Bad Cup)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쓰레기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만든 일회용 컵이다. 일회용 컵은 단 15분만 사용된 뒤 쓰레기가 된다.

종이 컵도 별 도움은 안 된다. 이름만 종이컵이기 때문이다. 컵으로 쓰려면 안에 담은 음료가 스며들지 않도록 컵 안쪽 면에 방수 처리를 해야하는데 이 때 종이컵에 플라스틱 포일(PLA 안감)을 덧씌운다. 일단 부착한 두 재료를 분리하기가 까다로운 지라 일회용 종이컵은 수거한다손 쳐도 거의 재활용하지 못한다.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써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플라스틱이나 (코팅) 종이로 만든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7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다회용 컵 회수율 87%다. 빈병 보증금 제도로 회수하는 음료 용기 수거율 93%에 다소 못 미치지만, 고작 1년 밖에 단 된 시범 사업으로는 상당한 성과다. 킴 스벤센(Kim Gulvad Svendsen) 오르후스시 기술환경국 도시생활과 과장은 "오르후스 시민이 다회용기 보증금 환급 제도를 잘 받아줘 무척 기쁘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모든 컵에 고유한 일련번호을 매겨뒀기 때문에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재사용한 컵은 33회나 회수해 세척했으나, 새 컵과 다름 없었죠. 다회용기 도입 초기 경험은 긍정적입니다. 다음 단계는 더 다양한 다회용기를 포함하도록 실험 범위를 확대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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