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최대 에너지 기업 외르스테드(Ørsted)에 빨간불이 켜졌다. 8월30일 하루 만에 주가가 25%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2340억 크로네(45조1456억 원)였던 기업 주가가 하루 만에 580억 크로네(11조1900억 원)어치 떨어져 1760억 크로네(33조9560억 원)가 된 셈이다.  외르스테드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 계약 기간 내에 완수되기 어렵다고 발표하고 바로 다음날 일어난 일이다.

외르스테드는 8월29일 밤 미국에서 건설 중인 풍력발전단지 3개소에서 50억 크로네(9646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공급사가 부품을 제때 배송하지 못해 공사 기간 내에 완공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르스테드는 미국에서 손실이 최대 160억 크로네(3조869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르스테드가 공급망 문제에 시달려 손실을 입게 되면 풍력발전업계 전체에 후폭풍이 불 수밖에 없다.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와 독일 지멘스(Siemens) 같이 외르스테드에 풍력발전기를 공급하는 제조사도 주가가 하락세를 겪었다. 덴마크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25개 기업을 추린 C25 지수도 이틀 새 3.5% 가까이 떨어졌다.

외르스테드는 덴마크 정부가 50.1% 지분을 소유한 덴마크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2006년 6개 덴마크 에너지 기업을 통합한 뒤 동에너지(DONG Energy)라는 이름을 썼는데, 2017년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며 이름을 바꿨다. 석유과 천연가스 사업 부분도 2017년 매각했다. 외르스테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야콥 페데르센(Jacob Pedersen) 쉬방크(Sydbank) 최고자본분석가는 자본시장 상황이 바뀌며 풍력발전단지 건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DR>과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비용이 오르고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외르스테드는 갑자기 입찰에 성공한 프로젝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손실을 발표하게 된 거죠. 이자율이 3%보다 높으면 풍력발전기 제조업체가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여럿 있습니다."

풍력발전업계가 치솟은 금융 비용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 친환경 전환이 늦어지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크게 데인 외르스테드가 비용이 너무 높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풍력발전단지 건설 사업에 입찰 자체를 거부한다고 치자. 가장 경험 많은 개발사가 빠지는 셈이 되니 다른 어느 누구도 그 사업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테다.

야콥 페데르센 쉬방크 최고자본분석가는 건설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 할 경우 에너지 업계가 최종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우리가 소비자로서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청구서가 될지도 모릅니다.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우리가 최근 목격했듯 원가도 이자율도 올랐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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