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사회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도 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2023년 한 해 덴마크 중산층은 치솟는 물가 탓에 실질 소득이 줄어든 반면 소득 상위 1% 덴마크인은 세금과 물가상승을 걷어낸 실질소득이 14.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최고 싱크탱크인 노동운동기업협의회(AE∙Arbejderbevægelsens Erhvervsråd)가 덴마크 통계청에서 최신 소득 자료를 분석해 1월3일 발표한 연구결과다.
2023년 덴마크인은 가처분소득이 평균 1.1% 늘었다. 물가상승률보다 소득이 더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건 평균치다. 한꺼풀 벗겨보면 상위계층만 소득 상승을 즐겼음이 드러난다.
중위 소득 덴마크인은 실질소득이 0.6%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40%는 0.3% 소득 감소를 겪었다. 물가상승률을 따라잡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이에 반해 소득 상위 10%는 5.3%, 최상위 1%는 14.8% 소득이 증가했다. 심지어 소득 상위 10%도 소득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쳤음을 고려하면 최상위 1%가 전체 덴마크인 소득상승분을 견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네 카스페르센(Sune Caspersen) AE 최고분석가는 “지난해 소득 격차가 꽤나 명백하게 증가했다"라며 “가장 풍족한 이들이 상당한 소득 증가를 즐기는 와중에 보통 덴마크인은 실질소득이 줄어듦을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소득격차 10년 내리 벌어져
덴마크 소득격차 확대는 오늘내일 얘기가 아니다. 지난 10년 간 소득 증가분을 최상위 계층이 독식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2023년도 이런 흐름에 연장선이다.
2013년부터 소득 상위 1% 실질소득은 60% 늘었다. 10년새 세후 연소득이 대략 100만 크로네(2억 원) 늘어난 셈이다.
상위 1%만 실질소득 증가를 즐기는 와중에 나머지 99% 덴마크인은 물가상승률만큼도 소득이 늘지 않아 실질소득이 줄어듦을 경험했다. 같은 기간 중위 소득 덴마크인은 연소득이 9%, 2만3163크로네(466만3638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네 카스페르센 최고분석가는 덴마크 정부가 조세 완화 정책을 펼쳐 소득불평등 확대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정부는 경쟁력 제고를 명목으로 세율 완화 정책을 펄쳐왔다. 최상위 소득세율 구간을 올리고, 가족 소유 사업체 상속세율은 낮췄다. 수네 카스페르센 최고분석가는 “정치인들은 조세 정책으로 소득불평등 심화에 대처할 기회가 있었으나, 세율과 상속세를 완화함으로써 정반대 방향을 향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최상위 소득세 보완해야"
덴마크 정부는 소득불평등 확대에 대처하는 조치로 2026년부터 일명 최상위세(top-topskatten)를 신설한다. 현행 소득세율 구간 최상위 5%를 별도 구간으로 지정해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얘기다. 연간 개인소득이 250만 크로네(5억 원)를 초과하는 덴마크 납세자 9천 여 명은 현행 55.9%보다 높은 60.5%(노동시장 기여금 포함)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AE는 최상위세 신설이 소득 격차 해소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로소득만 포함한 탓에 그 밖에 소득이 더 많은 자본가는 어렵지 않게 절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네 카스페르센 AE 최고분석가는 모든 유형의 소득을 아울러 최고세율 구간을 지정해야만 소득불평등에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위세는 가장 많은 소득을 거두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삼지만, 불행하게도 소쿠리마냥 줄줄 새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배당금과 자본소득은 포함하지 않았죠. 즉 사업체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임금 대신 배당금을 받아 간단히 세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율 결정 기준에 배당금과 자본소득을 포함하면 최상위세에 뚫린 구멍을 막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Mens den typiske dansker blev ramt af inflation, voksede den gyldne procents indkomster med 15 pct., Arbejderbevægelsens Erhvervsråd, 2025년 1월3일 (덴마크어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