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교외 알베르트슬룬(Albertslund) 시가 공립기초학교(folkeskole) 화장실에 생리대와 탐폰을 무상으로 비치해 두기로 결정했다. 덴마크 공립기초학교는 1~9학년으로,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다니는 학교다. 지방자치단체 복지 사업으로는 소소한 예산만 할당했으나, 첫 시도로써 좋은 선례가 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학교 화장실 생리대 비치 사업 예산은 연 5만 크로네(937만 원)로 탐폰 2만5천 여 개를 구매할 수 있는 규모다. <DR>이 11월3일 보도한 소식이다.

사진: UnsplashNatracare

생리대 예산 확보는 사회인민당(Socialistisk Folkeparti)이 주도했다. 모든 덴마크 지방자치단체가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며 허리띠를 졸라 매는 판국에 초중등학생에게 무상으로 생리대와 탐폰을 나눠줄 예산을 새로 확보하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알베르트슬룬시 아동학교위원회 소속 비비 뇌르 야콥센(Vivi Nør Jacobsen) 의원은 신규 사업 예산은 우선 순위 문제라며 "내 생각에는 소박한 금액"이라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세계 인구 절반이 생리를 하고, 이들도 때가 되면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러니 생리대를 화장실에 비치해 두면 생리를 논하는 걸 금기시하는 사회 풍조를 개선하고 생리가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임을 보여주는 효과를 거둘 겁니다."

덴마크 학생연맹(Danske Skolelever∙DSE) 코펜하겐 지부 부위원장 마그누스 헤르만(Magnus Herrman)도 학교 화장실에 생리대를 비치하면 "생리를 더 열린 자세로 다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게 무척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성교육 단체 성과 사회(Sex og Samfund) 역시 학교 화장실 생리대 비치 정책을 환영했다. 아동청소년상담 프로젝트 매니저 예페 할(Jeppe Hald)은 생리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탈피하는 것을 넘어 학생에게 안전감까지 줄 수 있다고 높이 샀다.

"해당 연령 학생 다수는 아직 생리를 한 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기가 아주 불규칙적인 경우가 왕왕 나타납니다. 화장실에 가면 위생용품이 비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만 있어도 학생은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평온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알베르트슬룬 소재 공립기초학교 4개소 중 헤르스테베스테르 학교(Herstedvester Skole)가 가장 먼저 생리대 비치 사업에 지원했다. 모르텐 페레고르(Morten Pærregaard) 교감은 "생리대를 얻기가 손쉬울 뿐더러 다른 누구에게도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리 중에 학교에 가기를 꺼리던 학생에게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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