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장 중 한 곳인 라우리츠닷컴(Lauritz.com)이 7월11일 파산을 선언했다. <DR>이 같은 날 보도한 소식이다.
라우리츠닷컴은 1885년 라우리츠 크리스텐센 경매사(Lauritz Christensen Auktioner)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장이다. 코펜하겐 쇠토르베트(Søtorvet)에서 작은 경매장으로 첫 발을 뗀 라우리츠 경매장은 예술품과 앤틱 가구, 카페트, 사치스러운 수집품 등을 주로 거래하며 오랜 기간 착실히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었다.
경매장은 1999년 새 소유주를 만났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으로만 경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름 '라우리츠닷컴'으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 시기다. 라우리츠는 유럽 각국에서 경쟁사를 인수하며 5개국에 16개 경매장을 거느린 덴마크 최대 경매업체로 거듭났다. 이 기세를 몰아 2016년 6월 말 북유럽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금도 벨기에 소재 1개소를 포함해 모두 12개 경매장을 거느린 경매 플랫폼이지만, 규모에 비해 실속을 차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품을 진품으로 감정해 팔거나, 터무니 없이 높은 감정가를 매겨 폭리를 취하는 등 문제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15스웨덴크로나(1850원)로 시작한 주가는 2020년 2월까지 90% 폭락했다.
2023년 초부터는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약관에 명시한 최장 기간인 60영업일까지 고객에게 대금 지급을 미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동성 문제를 조사한 덴마크 소비자위원회 텐크(Forbrugerrådet Tænk)는 5월31일 라우리츠가 총체적 문제 덩어리라고 비판하며 이 플랫폼에서 제품을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새 투자자를 찾는데 실패한 라우리츠닷컴은 2주 전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이 때부터 지금껏 직원 3분의1을 해고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남은 부채가 1억4800만 크로네(282억1200만 원)를 넘었다. 2022년 라우리츠닷컴 자산은 -5900만 크로네(-112억 원)였다.
파산 절차를 진행하며 자산을 매각해도, 채권자와 세무당국이 먼저 돈을 가져가기 때문에 고객에게 돌아갈 돈이 충분히 남을 가능성은 희미해 보인다. 고객 미지급금이 5천만 크로네(95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마스 레인홀트(Mads Reinholdt) 텐크 대표는 고객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라우리츠닷컴이 오랫 동안 경영난에 시달려 왔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안타깝지만 고객들이 돈을 전액 돌려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정말 슬픈 얘기이지만 그동안 라우리츠닷컴이 사업을 상당히 엉망으로 운영해 왔음이 드러났거든요."
라우리츠닷컴에서 돈을 받지 못한 고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증빙자료를 모아 파산법원(Skifteretten)에 제출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미지급 대금이 있다고 증명할 수 있어야 파산 절차에서 자산을 매각하고 채무를 변제한 뒤 남은 자산으로 일부 손해라도 벌충할 수 있다.
라우리츠닷컴은 홈페이지를 닫고 법률 대리인 헨리크 포울센(Henrik Selchau Poulsen)과 루네 데르노(Rune Derno) 변호사 명의로 파산 공고문을 내걸었다. 경매장에서 제품을 사고 판 고객과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고객의 기록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며, 파산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다음 절차를 2~4주 안에 모든 고객에게 고지하겠다고 파산으로 손해를 입은 고객한테 직접 문의를 남겨달라며 이메일 주소(lauritz@bruunhjejle.dk)를 게재했다.
라우리츠닷컴의 마지막 희망은 최대한 빨리 인수자를 찾는 것이다. 공고문에서 라우리츠닷컴 법률대리인은 구조조정 기간 중 인수 의향을 내비친 후보 몇몇과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했다며 너무 늦기 전에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면 경매 플랫폼으로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고객을 영영 잃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페르 부크(Per Nikolaj Bukh) 오르후스대학교 교수는 경매 플랫폼 전체가 한동안 바활성화돼 있으면 그 사이 고객이 다른 거래 수단으로 옮겨갈 것이며, 이런 경우 라우리츠닷컴에게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