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공립기초학교(folkeskolen) 개혁안을 발표했다. 기초 교육 과정을 밟는 초중등학생에게도 더 폭넓은 선택지를 줌으로써 기초 학력을 기르는 와중에 소외되는 학생까지 보듬자는 의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선 학교의 자치∙재량권을 확대해 법에 얽매지 않고 더 다양한 교육 과정을 설계해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마티아스 테스파예(Mattias Tesfaye) 덴마크 아동교육부 장관이 10월11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공립기초학교는 지금도 아주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학교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교실 내 불안입니다. 하지만 수업 방해의 원인과 교실에서 소음은 다른 것입니다. 그러니 해법도 달라야 하지요. 이것이 오늘 정부가 아주 다양한 개혁안을 발표하는 이유입니다."
마티아스 테스파예 장관은 일선 교사와 보육전문가의 권한을 강화하고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이 국민 기초 교육 과정에 소외되는 학생을 줄이고, 더 많은 학생에게 알맞은 교육을 제공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개혁안에 포함한 계획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바는 숙련된 교사와 교육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질 높은 시간을 누리도록 더 많은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핵심 과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량권과 기틀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이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배우고 싶은 욕구를 일깨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선 교사와 보육전문가야 말로 슬라엘세(Slagelse)나 홀스테브로(Holstebro) 2학년 B반 학생이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최적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임을 반드시 믿어야 합니다."
선택 수업 2배 확대
한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해당하는 공립기초학교(folkeskolen∙primary school)부터 직업 교육을 포함해 교육 과정에 다양성을 확대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일단 한국 중학교에 해당하는 7~9학년에 선택 과목 수업시수를 2배로 늘린다. 선택 과목으로 음악, 시각예술, 식품 과학, 공예 및 디자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아동교육부는 공립기초학교부터 현대 사회에 노동자로서 갖춰야 할 기초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보고 선택 과목으로 '기술의 이해'를 신설한다.
8~9학년부터 직업 교육 시작
한국 중학교 2~3학년에 해당하는 공립기초학교 8~9학년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도록 돕는 '주니어 직능인 교육'(juniormesterlære) 과정을 도입한다.
현재 덴마크 교육 과정은 고등학교(upper primary school)부터 직업 교육을 실시한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한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준하는 김나지움(gymnasium)으로, 고등학교만 마치고 바로 사회에 진출하려는 학생은 직업학교(erhvervsskole∙vocational school)로 진학한다.
주니어 직능인 교육 과정은 공립기초학교에서 제공하는 국민 기초 교육 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않거나 직능인으로서 진로를 이른 시기에 결정한 8~9학년 학생이 학교 공부 대신 주 1~2일 현업 현장, 직업학교 혹은 예비기초교육 및 훈련(FGU) 과정에서 인턴십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굳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중등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강요하기 보다 사회에 더 이른 시기에 진출할 길을 일찌감치부터 열어두겠다는 얘기다.
주니어 직능인 교육 과정에는 모든 덴마크 9학년생이 고등학교 진학에 앞서 치르는 졸업 시험 대신 직능 훈련 과정과 연계된 별도 졸업 시험을 치른다.
일선 학교 및 교사 재량권 강화
덴마크 정부는 공립기초학교법(folkeskoleloven)에서 규정한 학교위원회(skolebestyrelsen)의 자치권을 영구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일선 교사와 보육 전문가가 교육 현장 상황과 맥락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야 모든 학생이 맞춤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조치 중 하나는 수업시수를 단축하는 것이다. 유치원부터 9학년까지 제공하는 보충 교육(understøttende undervisning) 시수를 통틀어 190여 시간으로 줄인다. 이는 학기 중 주 0.5시간에 해당한다. 또 학교가 학기 주차를 단축하면 남은 보충 교육 시수를 다른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학기 중 주 4시간을 교사나 보육전문가 재량으로 활동하라는 얘기다.
교실 내 공동체를 강화하는 조치도 다수 도입한다. 특수한 보조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덴마크어와 수학 과목에 집중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교육심리학 상담에 투자를 확대해 공립기초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을 빨리 신속하게 발견하고 예방 조치를 취함으로써 교실 내 공동체 생활을 강화한다.
공립학교 개혁에 덴마크 정부는 예산 26억 크로네(4973억 원)를 할당했다. 음악과 실용 과목 등 늘어난 선택 과목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갖추는 것을 중심으로 공립기초학교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로 소요할 예산이다. 개혁안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는 공립기초학교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아동교육부 산하 교육품질위원회(STUK∙Styrelsen for Undervisning og Kvalitet)에 연간 8억 크로네(1531억 원) 예산을 별도로 지원한다.
유아교육부 장관은 가을 휴가 기간이 지나고 공립기초학교 개혁안을 교사와 보육전문가, 정당 및 기초 교육 이해관계자와 논의할 예정이다. 첫 공식 협상 일정은 2024년 초부터 시작한다.
"10년 전 우리는 공립기초학교에 새로운 임무를 맡기며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도구는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공립기초학교를 중대한 변화로 이끌기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혁신 과정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기초학교 조정 기구는 물론이고 매일 교실에서 헌신하는 많은 전문가와 해법을 논의하기를 고대합니다."
공립기초학교 개혁 프로그램(Initiativer i Folkeskolens Kvalitetsprogram) 정부안
책임을 동반한 자유
- 모든 학교 수업일수 단축 가능함
- 전 기능 포괄을 위한 핵심 요구사항 폐기
- 기초학교 교육 과정 갱신 및 간소화
- 공립학교 품질 검사 과정 검사
- 역사 과목 최소 수업시수 폐기
- 지방자치단체연합(KL)과 협업해 프로그램 '규제와 절차 간소화' 신설
- 기초학교법에 존재하는 자유와 융통성을 다루는 자유 캠페인 마련
- 9학년에 필수 프로젝트 과제 폐기
고학년 학생에게 더 실용적 교육과 폭넓은 선택할 자유 제공
- 청소년 기술자 훈련 교육 제공
- 교실 환경 개선에 투자금 대폭 증액
- 훈련 과정에 더 실용적 과목과 더 폭넓은 선택할 자유 마련
- 기초학교에서 '기술의 이해' 과목 신설
- 여가 활동과 기초학교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 권장안 제공
- 7~9학년에 새 과목으로 '교육과 직업' 과목 신설 및 모든 학생에 직업 교육 실시
- 실용적 시험 시범 실시 및 시험 압박감 토론
학교위원회 영향력 강화
- Aula(교육정보시스템) 모범 활용 사례 발굴
- 45분 운동 핵심 요구사항 폐기
- 숙제 보조 및 전문가 몰입 핵심 요구사항 폐기
- 농촌 소재 학교에 자유 권한 확대
- 학교 발전 토론 참가 권한 강화
- 지역 비즈니스 커뮤니티 대표
- 학교위원회 업무에 능력 발전 목표 설정
교사 권한 강화
- 티치 퍼스트(Teach First)류 포함 이익 기반 교사 훈련(meritlæreruddannelse) 및 학교 기반 교사 훈련 기회 확대
- 교사 대상 보습교육 기회 확대
- 시민 사회 및 학교 내 봉사단체 교류 기회 확대
- 교사와 보육전문가(pedagogues)에 고등 심리학 훈련 제공
- 특수 보육과 수업 운영에 권한 개발
수업 내 커뮤니티 강화
- 학교 교육 내 전환 개선 및 축소와 교실 공동체 강화
- 0~2학년 교실 인원 축소
- 등교 시간 늦추기 용이한 조건 마련
- 가장 노력을 요하는 학생 소그룹에 집중 교육 과정 제공
- 교육 심리 상담(PPR∙Pædagogisk-Psykologisk Rådgivning) 토론 도입
- 특수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지식 협의체에서 권장안 준비
- 대다수 학생을 교육 환경 대표자로서 교육
- 삶의 질 위원회(Trivselskommission) 설립
참고 자료
- 미래 준비안2: 자유와 몰입 - 기초학교 질 개선 프로그램(Forberedt på fremtiden II: Frihed og fordybelse - et kvalitetsprogram for folkeskolen), Regeringen, 2023년 10월 (덴마크어 PDF)
- Nyt udspil skal styrke kvaliteten i folkeskolen og sætte skolen fri, Børne- og Undervisningsministeriet, 2023년 10월11일
- Regeringen foreslår et 'nybrud' i folkeskolen. Men risikerer at få elever, 'der står uden for fællesskabet', <DR>, 2023년 10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