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주식은 빵이다. 아침마다 수많은 빵을 만들지만, 제 때 팔지 못한 빵은 버리기 일쑤. 안타까운 일이다.

음식물쓰레기로 폐기될 운명에서 빵을 구출해 맥주로 환생시키는 업사이클 맥주 브랜드를 소개한다. 덴마크어로 빵을 뜻하는 단어 브뢰드(Brød)와 맥주 욀(Øl)을 합친 브뢸(Brøl)이라는 브랜드다. 안타깝게도 덴마크어 알파벳 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r'과 'ø'을 합쳐 놓아 덴마크인처럼 발음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우니,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브뢸이라고 적겠다.

브뢸(Brøl) 공식 홈페이지

책상을 떠나 광장으로

브뢸을 창업한 사이몬 스쿠리친(Saimon Skurichin)은 리투아니아인이다. 풍력 터빈과 다리를 셀계하는 토목 공학을 전공했다. 석사 과정을 밟으러 재생에너지 강국 덴마크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박사 학위까지 공부를 계속할 생각했지만 거시론적 얘기만 하며 탁상공론하는 학계를 목격하고 생각을 바꿨다.

덴마크 공과대학교(Danmarks Tekniske Universitet∙DTU)에 다니는 동안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식당에서 셰프로 일했다. 식당 주방에서 일하던 그의 눈에 매일 쏟아지는 음식물쓰레기가 들어왔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비영리 단체 푸드쉐어링 코펜하겐(Foodsharing Copenhagen)을 설립해 품질에는 이상이 없지만 시장 논리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음식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Foodsharing Copenhagen 페이스북

광장을 떠나 시장으로

사이몬 스쿠리친은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던 와중에 버려진 빵에 주목했다.

신선하지 않은 빵은 구호식품으로 주로 초원에 사는 야생동물에게 돌아간다. 기왕 만든 식품을 낭비하지 않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자칫 잘못하면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나 병원체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그는 음식물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순환이라고 생각했다. 빵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기획하기 시작한 그는 2017년 업사이클링 맥주 브랜드 브뢸을 선보였다.

업사이클 맥주 제조사 브뢸(Brøl) 설립 자사이몬 스쿠리친(Saimon Skurichin) (브뢸 공식 홈페이지)

브뢸이 맥주잔에 담은 뜻

브뢸은 버려지는 빵을 업사이클링해 몰트 대신 사용해 맥주를 만든다.

메쉬 필터를 사용한 고효율 양조 기술로 양조 시 몰트를 30% 덜 사용하면서도 맥주를 같은 양으로 생산한다. 물도 덜 쓴다. 빵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²)를 활용해 인공 이산화탄소 첨가량도 줄인다.

맥주 생산 과정에 나오는 부산물 처리법도 개선한다. 전통적으로 맥주 부산물은 태우거나, 가축 사료 혹은 바이오 가스를 만드는 데 쓴다. 브뢸은 맥주 부산물로 소비 활동에 가치를 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시 버섯 재배 업체 푼가 팜(Funga Farm)과 손잡고 맥주박을 버섯 사료로 쓸 수 있는지 실험하는 중이다.

브뢸은 양조 기술을 개선과 업사이클링으로 맥주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려 노력한다. 수출 안한다. 제조시설에서 멀리 제품을 수송해야 하는 수출은 창립 정신에 반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이 고리타분할 필요는 없지

브뢸은 환경 문제를 펀(fun)하게 힙(hip)하게 제기한다. 안데르센 베이커리(Andersen Bakery)와 협업해 베이커리에서 초과 생산한 빵으로 맥주를 만들어 출시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수출은 지양하는 터라 한국에서 직접 맛보기는 쉽지 않지 싶다. 그만큼 더 궁금하다. 손에 넣고 싶다.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리얼 덴마크 맥주. 덴마크에 간다면 꼭 한 번 먹어보시길 추천한다.

Brøl(브뢸) 인스타그램 피드
안데르센 맥주 홍보 자료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