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6일 토요일 저녁 덴마크 코펜하겐 무정부주의 자치마을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30세 남성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은 범죄단체(조폭)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서 18세 남성 1명을 용의자로 검거했다.

사건은 대마 시장으로 유명한 크리스티아니아 푸셔 스트리트(Pusher Street)과 접해 크리스티아니아 클럽 하우스로 사용하는 건물 스티에르네스키베트(Stjerneskibet)에서 벌어졌다. 어두운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 2명이 건물 안에서 각자 소지한 총기로 한 사람을 추격하며 총격을 가했다. 총격범 2명은 범행 후 곧바로 전기자전거를 타고 랑에브로(Langebro) 다리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 사건으로 5명이 총격을 입었다. 조폭 소속인 30세 남성 1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부상자 4명 중 1명은 치명상을 입었으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상태가 안정됐다. 부상자가 조폭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정부주의 자치마을 크리스티아니아 입구 (Christiania 제공)

코펜하겐지방경찰청(Københavns Politi)은 8월26일 오후 7시25분께 크리스티아니아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즉시 현장으로 대규모 병력을 출동시켜 현장을 봉쇄하고 주변을 탐문 수색했다. 포울 키엘센(Poul Kjeldsen) 코펜하겐지방경찰청 부국장은 26일 저녁 기자 회견에서 "이 사건을 조직 폭력 범죄로 간주하고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로 18세 남성을 붙잡아 25일 간 구금했다고 8월25일 발표했다. 용의자는 총격 현장에서 달아난 2명은 아니지만 범행 후 현장에서 달아날 때 총격범을 도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용의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구금 조치에 불응했다고 <TV2>는 보도했다.

경찰은 달아난 총격범 2명을 수배 중이다.

대마초 시장 오명 쓴 히피주의 마을

크리스티아니아는 세계적으로 드문 무정부주의 자치운동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대마초 등 약한 마약(soft drug)을 용인하는 문화를 명분으로 조직폭력단체가 진출해 마약 거래처로 삼으며 총격 사건 등 폭력 사태에 휘말려 왔다. 덴마크 경찰이 추산한 크리스티아니아 내 대마초 거래액은 10억 크로네(1952억 원, 2016년 기준)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마 시장이 코펜하겐 심장부에 있는 셈이다.

대마초 거래량이 늘어 상권이 생기자 덴마크 내 범죄집단(조폭)이 크리스티아니아에 진출해 대마초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무정부주의 자치마을 마을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2016년 8월30일 밤 마약상이 단속에 나선 경찰한테 도망치며 총을 쏴 경관 2명과 민간인 1명이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자치회는 대마 시장에 마수를 뻗은 범죄집단을 성토하고 9월2일 대마초 매대를 철거했다. 수십 년 간 마약 문제를 용인하던 덴마크 정부도 태도를 바꿨다. 자유당(Venstre) 정치인은 푸셔 스트리트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크리스티아니아 주민자치회는 올 6월 범죄집단 문제가 주민의 힘으로 처리할 수준을 벗어났다고 인정하고 덴마크 정부와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크리스티아니아 내 푸셔 스트리트 (Christiania 제공)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