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인은 집에 있는 시간을 중시한다. 집(hjem)과 휘게(hygge)의 합성어인 옘휘게(hjemhygge)가 한 단어로 있을 정도다.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일이 덴마크인에게는 일상이다. 높은 외식 물가 때문에 집에서 1차를 즐기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밖에 나간다. 덴마크인 10명 가운데 7명은 주로 집에서 휘게를 경험한다.

한국에도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쉼과 활동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홈족(home族), 홈코노미(home과 economy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마이크 비킹(Meik Wiking)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저서 <휘게 라이프>에서 지금 당장 집에서 휘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모닥불 피우기, 크리스마스 종이 공예 장식품 만들기처럼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혹은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 어려운 방법도 있어 한국에 맞는 휘게 실천 방법을 정리했다. 이 중에서 덴마크식으로 집콕 휘게하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참고로 크리스마스 종이 공예 장식품은 덴마크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흔히 볼 수 있는 장식으로 종이 공예에 일가견이 있던 안데르센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에서 종이로 만들어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크리스마스 하트(Julehjerte).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1860년 만든 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CC PD)

함께 하기

앞서 말했듯 집은 덴마크인에게 휴식의 공간이자 친구와 동료를 초대해서 추억을 나누는 사회 활동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행복연구소가 2013년 코펜하겐 교외 소도시 드라괴르(Dragør)에서 시민들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이 때 대인 관계가 좋을 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4년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 결과에서도 행복도를 가장 크게 높이는 행동으로 '퇴근 후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섹스' 다음으로 꼽혔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면서 행복을 느낀다. 집콕 휘게에는 사람들과 함께 휘게하는 방법도 있다.

1.드라마 (혹은 영화) 같이 보기

<휘게 라이프>에서는 ‘TV 시청하기’라는 섹션으로 소개하지만, 우리 상황에 맞게 풀어내자면 친구와 드라마 같이 보기이다. 얼핏 들으면 휘게와 정반대 되는 내용 같다. 하지만 <휘게 라이프>에서 소개하는 TV 휘게는 ‘혼자’ 정주행 하기 보다는 정기적으로 ‘친구와 함께’ 콘텐츠를 소비하며 추억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혼자하는 루틴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습관을 들이기 좋은 손쉬운 방법이다. 어차피 봐야 하는 드라마라면 편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추억도 쌓고 밀린 드라마도 볼 수 있는 일석이조 휘게 방법이 아닐까.

2.친구와 보드게임 하기

스마트폰은 정보의 흐름이 빠르다. 스마트폰 세상에 살다 보면 괜시리 조급해 진다.

보드 게임은 느리면서도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좋은 활동이다.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친구와 대면하여 직접 손을 움직이고 물건을 조작한다. 느리지만 친구와 감정을 교류하고, 원한다면 수다를 떨며 다른 주제로 넘어기도 한다. 보드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매일 보는 스크린에서 빠져 나와 가끔은 보드게임을 즐기며 친구와 웃고 떠들며 휘게 해보자.

덴마크 행복 보드 게임, 해피네이션

주변 환경 바꾸기

주변 환경이 주는 영향은 크다.

어느날 ‘휘게’를 배워 온 아버지가 저녁 식탁에 초를 켠다. 이를 본 세 아들은 “아빠, 이 로맨틱한 분위기 뭐에요?" "엄마랑 같이 있게 자리 비켜 드릴까요?”라고 장난 섞어 말하며 어색한 감정을 숨긴다. 양초 불만 흔들리는 식탁에서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세 아들은 점점 더 말이 많아진다. 이제 저녁 식탁 촛불 담당은 아이들이 됐다. 간단한 변화로 저녁 시간이 휘게로워진다. - <My Hygge Home> 20쪽

덴마크에서 휘게를 처음 연구한 예페 린네트(Jeppe Linnet)는 휘게가 "편안함과 기쁨을 느끼는 상황적 감각"이라고 표현했다. 휘게를 느끼기 위해서 주변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휘게로운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3.양초 피우기

덴마크인은 양초를 사랑한다. ‘양초 없는 휘게’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1인당 가장 많은 양초를 피우는 나라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양초를 태우는 전통도 있으며 정서적 편안함을 위해 교실이나 회사에서도 양초를 태우기도 한다.

은은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양초는 한국에서도 쉽게 흉내낼 수 있는 덴마크 휘게이다. 양초를 태우면서 나오는 미립자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환기는 필수. 휘게 주의 사항으로 기억해 놓자.

4.조명 바꾸기

덴마크에서는 조명이 중요하다. 10월부터 3월까지 해가 잘 뜨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겨울에도 낮에는 선글라스가 필요할 정도지만, 여전히 겨울 밤은 길기 때문에 실내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명은 간편하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치다. ‘인테리어는 조명발’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한국에도 조명의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다.

휘게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색온도가 낮은 조명을 세팅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을빛과 장작불, 촛불의 색온도는 1,800켈빈(K)로 5,000K인 형광등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루이스 폴센(Louise Poulsen) 공식 홈페이지

5.작은 소품으로 일상에 위트 더하기

집콕 휘게를 위해서 집을 휘게하게 꾸미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덴마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탄생한 데 옘휘게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68년부터 덴마크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테리어 오브제 브랜드 홉티미스트도 빠질 수 없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는 오브제 역할을 넘어 옘휘게에서 홉티미스트의 재롱이 빠질 수 없다. 누르면 통통 튀는 홉티미스트는 집에 놀러오는 손님과 재미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다.

홉티미스트는 희망(hope)과 낙천주의자(optimist)의 합성어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준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다. 행복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로 덴마크인 사이에서는 국민 선물템으로 자리 잡았다. 집 어디에 둬도 어울리는 귀여움으로 일상에 위트 한 방울 콕 찍어 보는 건 어떨까. 역사와 전통을 지녔는데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은 가격으로 친구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지금까지 일상이 가득 묻어 있는 집에서도 작은 노력만으로 덴마크인처럼 휘게를 즐기는 방법을 알아봤다.

여유 시간을 가까운 사람에게 내어주고, 주변 환경을 바꿔 휘게를 구현해 보는 건 어떨까.

오리지널 휘게를 느끼러 덴마크까지 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은 실천으로 내 주변을 덴마크 행복 라이프스타일을 채우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삶을 가꾸는 작은 노력도 행복도를 높이는 효과가 분명하다는 것이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이 <휘게 라이프>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니까.

참고 자료